생산비 치솟는데 농산물값 바닥…농가경영 손실 ‘눈덩이’
2026. 05. 07

올해 1분기 농가들의 투입 비용은 상승한 반면 농산물 판매가격은 하락해 경영부담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농산물값 하락 추세가 장기화할 경우 중동 전쟁 여파가 본격화하는 2분기부터 농가경영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국가데이터처가 최근 발표한 2026년 1분기 농가판매가격지수는 123.1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분기(121.9)보다 1% 하락한 수치다. 농가판매가격지수는 농업경영 활동으로 생산된 농축산물 75개 품목의 가격지수로 2020년(=100)이 기준이다.
1분기 농가판매가격지수의 전체 하락폭은 크지 않지만 품목별로는 편차가 컸다. 주요 소득작목으로 꼽히는 채소와 과수류의 하락폭이 컸지만 쌀과 축산물 가격이 지지되면서 상황의 심각성이 가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청과물 판매가격지수는 147.0에서 128.5로 12.6% 낮아져 전체 지수 하락세를 이끌었다. 세부 품목별로 과채류는 5.7%, 과수는 9.9% 하락했다. 조미채소류와 엽채류도 각각 17.2%·20.9% 떨어졌고, 근채류는 57.9% 폭락했다.
문제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농가경영비가 사상 최고 수준의 상승세를 기록해 농가경영 압박이 심화했다는 점이다. 농가경영 활동에 투입된 407개 품목의 가격지수인 농가구입가격지수(2020년=100)는 1분기 기준 124.4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고치로, 지난해 1분기(121.1)와 비교하면 2.7% 상승한 수치다.
그중 농가경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비료비지수가 지난해 1분기보다 6.4%, 농약비는 5.2% 상승했다. 종자·종묘비와 농지임차료도 3.5% 올랐다. 1분기 농가구입가격지수에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에 따른 유가와 비료비 상승 등의 여파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 불안을 키운다. 전쟁 충격이 본격적으로 반영될 2분기에는 투입 비용이 한층 상승하면서 농가 살림에 부담을 더 할 것이란 관측이다.
국가데이터처 농어업동향과 관계자는 “중동 상황은 2월말부터 시작했고, 그 영향은 유가와 비료비에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1분기엔 올해초 나타난 인상폭이 반영된 이후 크게 변동이 없어 본격적인 영향은 2분기부터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경영비 상승 압박이 현실화한 상황에서 청과물의 가격 하락세가 지속할 경우 원예작물농가의 경영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런데도 정부의 정책 기조가 물가관리란 틀에 집중되면서 실효성 있는 수급대책 등 농가소득 안정화 방안엔 뒷전인 것 아니냐는 현장 불만이 높다.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장은 “농산물 판매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한계 상황에 놓인 농가들부터 타격받을 것”이라며 “스마트팜 등 시설 투자 등에 나선 농가들도 큰 피해를 볼 수 있어 경영안정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