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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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회 회원은 농축협…‘조합원 주권’ 논리로 무리한 입법

[딴길 가는 ‘농협법’] (중) 회장 조합원 직선제, 헌법 위배 우려 

현행법상 회원 조합 대표 아닌 
개인인 조합원에 선거권 주는 
‘농협법 개정안’ 법리문제 논란 

당정, 뒤늦게 법적 정합성 위해 
조합원에 회원 자격 부여 검토 
농협사업 체계 어긋난 ‘꼼수’ 

회장 선출권 박탈 위헌 소지 
조합 ‘단체활동의 자유’ 침해 
법끼리 충돌…국회심사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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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장 조합원 직선제 도입을 둘러싸고 ‘중앙회 회원 자격’ 이슈가 재점화되고 있다. 법률적으로 회원 농축협의 연합체인 농협중앙회가 회원(조합) 아닌 개인(조합원)에게 어떻게 선거권과 책임을 부여할 수 있냐는 문제다. 특히 당정이 농협 개혁을 위해 마련한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 개정안’에는 회원 자격 기준 변경에 대한 내용이 전혀 담기지 않아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현재 회장 투표권을 보유한 조합장 다수가 동의하지 않는 상황에서 무리한 선거제 변경은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활동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회원조합 연합체 성격 중앙회 구조 ‘흔들’=현행 ‘농협법’은 중앙회의 성격을 회원농축협(조합)의 연합체로 설정하고, 중앙회의 사업 방식과 회원들의 권리·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중앙회장 선거권도 농축협 회원의 대표인 조합장에게 부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농협법’ 제115조 1항은 중앙회 회원을 ‘지역조합, 품목조합 및 제138조에 따른 품목조합연합회’로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113조는 중앙회의 목적을 ‘회원의 공동이익의 증진과 그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는 것’으로 두고 있다.

이 때문에 ‘조합원 주권’을 명분으로 중앙회장 선거권을 전체 187만 조합원에게 부여하는 방안이 거론된 초창기부터 ‘협동조합 운영 원리’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그동안 막대한 선거비용, 농협의 정치화 우려 등에 가려져 있던 이 법리문제가 최근 국회에서 열린 ‘농협법 개정안’ 공청회에서 다시 급부상했다.

공청회에 의견진술자로 참석한 이선신 한국법치진흥원 이사장은 “중앙회는 사단법인으로 회원조합(법인)을 구성원으로 하는 것이지 조합원(자연인)을 구성원으로 하지 않는다”며 “조합원은 조합 임원 선출권을 갖고, 조합은 중앙회 임원 선출권을 갖는 상황에서 중앙회 구성원이 아닌 조합원이 중앙회장을 선출하도록 하는 것은 ‘단체법의 법리’에 근본적으로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당정도 이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부랴부랴 대안 마련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농협에 발송한 ‘조합원에 대한 중앙회장 선거권 부여 관련 정합성 확보 방안’ 자료를 보면 2가지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첫째는 조합원 개인을 법률상 회원으로 규정하고 조합에 출자한 것을 중앙회 출자로 갈음하자는 방안이고, 두번째는 회원 자격에 ‘조합원 회원’을 신설해 회장 투표권만 부여하는 것이다.

법률상 회원 자격을 추가로 손보지 않고서는 조합원 직선제 도입에 한계가 크다는 점을 당정도 인정한 셈이다. 문제는 이같은 대안을 추진하더라도 기존 법과 엇박자가 명쾌히 해소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농협법’은 선거뿐 아니라 사업에서도 회원의 의무와 권리를 규정하고 있는데, 투표권 부여를 위한 회원 개념 확장이 출자를 통한 자본 참여와 경영 책임 규정과 충돌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조합원에게 특별 지위를 부여하더라도 ‘조합원-농축협-중앙회’로 이어지는 ‘농협법’과 농협사업 체계에는 부합하지 않아 ‘꼼수 입법’이라는 지적도 있다.

협동조합 전문가인 박성재 GSnJ 인스티튜트 시니어이코노미스트는 “회원 대표인 조합장을 못 믿어 전체 조합원에게 중앙회장 투표권을 주면서 중앙회사업과 각종 의사결정은 믿지 못할 조합장들에게 계속 맡기는 꼴”이라며 “이는 세계 협동조합 발전 패턴에 비춰봐도 전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헌법 보장 ‘단체활동의 자유’ 침해 소지도=중앙회 회원 대표인 조합장들의 동의를 얻지 않고, 임원 선출 방식을 변경할 경우 위헌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헌법 제21조 1항은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여기에는 단체활동의 자유가 포함돼 있다. 이 이사장은 “중앙회는 기본권(결사의 자유)의 주체가 될 수 있고, 임원 선출 방식과 정관 변경 등 단체활동의 자유에 대한 권리도 갖고 있다”며 “현재 회원의 대표인 조합장들이 보유한 중앙회장 선출권을 이들 동의 없이 박탈해 변경하는 것은 단체활동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앙회 조사에서 전국 조합장 중 96.1%가 중앙회장 조합원 직선제 도입에 반대했다. 조합원 반대 비율도 68% 수준으로 현장에서 반대 기류가 더 거센 상황이다.

이같은 법률적 비정합성 탓에 ‘농협법 개정안’은 후반기 국회가 열리더라도 심사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정이 힘을 앞세워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시키더라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릴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법률 전문가들이 포진한 법사위는 법안의 체계·자구를 심사하면서 헌법 및 다른 법과의 충돌 여지를 살핀다. 조합원 직선제 외에도 외부 농협감사위원회 설립 등 농협 구성원 의사에 반하는 내용을 담은 ‘농협법 개정안’에 대해 농협 안팎에선 ‘국가는 농어민 자조조직의 자율적 활동과 발전을 보장한다’는 헌법 제123조 제5항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김해대 기자 hdae@nongmin.com

[출처] 농민신문(https://www.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