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화두’…농촌은 수혜볼까, 부담될까
2026. 05. 20

수도권 반도체·인공지능(AI) 클러스터 조성으로 전력 수요가 폭등하며 국가 송전망이 한계에 직면했다. 중동 전쟁에 따른 에너지 불확실성까지 가중되자 전력 공급 안정과 국토 균형발전을 이끌 대안으로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차등 요금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농업계에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그간 발전시설을 수용해온 농촌이 요금 인하와 기업 유치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인구가 적고 수요가 분산된 특성상 높은 배전 비용이 요금에 반영되면 도리어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차등 요금제는 전국에 동일 단가를 적용하던 기존 요금제에서 벗어나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 간의 원가 차이를 요금에 반영하는 것이 골자다.
이재명 대통령은 3월 국무회의에서 “지방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에 옮긴다고 대대적으로 송전망을 건설하니까 주민은 반대 시위하고, 국토 불균형은 악화된다”며 “전기가 생산된 데서 쓰이면 (전기요금을) 저렴하게 책정해야 한다”며 제도 도입에 힘을 실었다.
정부는 산업용 전기요금에 차등 요금제를 우선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2월 국무회의에서 차등 요금제를 두고 “(도입되면 지역간 요금이) 대략 1㎾h(킬로와트시)당 10∼20원 (차이가 날 것)”이라며 세부 도입방안을 연내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차등 요금제는 비수도권이 감내해온 전력 생산 부담을 요금체계에 반영할 수 있는 보상책으로 주목받는다. 이승원 충남도 탄소중립경제과 에너지정책팀장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충남은 전국 화력발전소 60기 가운데 28기가 밀집해 있고, 송전선로 1468㎞, 송전탑 4206기를 품고 있는 전력 생산 1위 지역”이라며 “공급이 수요의 207.1%에 달하는 충남과 자급률이 10%대에 불과한 서울의 불균형은 반드시 요금에 반영돼야 한다”고 했다.
기업의 지방 이전을 유도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웨덴은 2011년 전력 도매시장을 4개 권역으로 나누고, 수력·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북부지역의 전력 가격을 남부보다 낮게 책정했다. 낮은 전기요금은 전력 사용량이 많은 배터리·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 투자를 북부지역으로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스웨덴 정부 특별조정관 보고서에 따르면 2040년까지 스웨덴 전체 녹색 투자액의 80%에 해당하는 1조4000억크로나(약 222조6140억원) 규모의 첨단산업 투자가 북부 농촌지역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력 단가 인하는 농업현장에도 직접적인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대형 스마트팜과 시설원예는 냉난방과 보광시설 가동 등에 막대한 전력을 소비해 요금 변동이 생산비에 직결된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농사용 을(고압) 겨울철 전력 요금(연말 기준)은 1㎾h당 2023년 55.7원, 2024년 62.2원, 2025년 68.6원으로 매년 급등했다.
하지만 요금 산정 시 배전 비용 비중이 커지면 농촌이 되레 불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밀집도가 높은 수도권과 달리 농촌은 면적이 넓고 수요가 분산돼 구조적으로 배전망 유지비가 높다. 한전 관계자는 “배전망은 밀집도가 높은 수도권의 단가가 오히려 더 저렴하다”며 “국가 균형발전 등 정책 취지를 고려해 지역성장을 돕는 방향으로 제도가 작용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단순한 행정구역 구분을 넘어 지역의 전력 기여도를 요금 체계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팀장은 “광역 지방정부별 전력 자급률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요금을 차등화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에는 차등 요금제 산정에 전력 자급률과 전력계통 효율성, 송전손실률 등을 고려하도록 하는 내용의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개정안’이 지난해 11월 발의됐다. 단순히 배전 비용만 따지는 방식에서 벗어나 전력 자급률을 핵심 기준으로 반영함으로써, 차등 요금제가 균형발전과 농촌 보호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김소진 기자
[출처] 농민신문(https://www.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