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풍요 속 빈곤한 농어촌상생기금
2026. 06. 01

성과급 협상 국면에서 국민적 논란을 낳은 삼성전자가 5년간 5조원 규모의 상생자금 조성안을 발표하면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논의가 주목받고 있다. 농업계에선 대기업의 상생 논의가 여전히 기업 내부 생태계에만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유무역협정(FTA) 확대로 제조업의 실익은 높아졌지만 시장개방 부담을 떠안은 국내 농축수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설치한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실적은 목표액의 32% 수준에 그치는 문제가 대표적이다.
상생기금은 한·중 FTA 비준 과정에서 여·야·정 합의를 통해 2017년 출범한 제도다. 10년간 매년 1000억원씩 총 1조원을 조성해 농어업·농어촌을 지원하는 내용이 뼈대다. 하지만 운영 10년째인 2026년 4월 기준 누적 모금액은 3175억원으로 목표액의 32% 수준에 불과하다.
저조한 실적의 핵심 요인으로 대기업의 참여부진이 꼽힌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정읍·고창)에 따르면 2025년 8월 기준 재계 서열 9대 기업의 누적 출연액은 580억700만원에 그쳤다. 대기업들이 채우는 몫이 전체 목표액의 5.8%에 불과하다보니 내수 위주 공기업들이 낸 기부금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모순이 국정감사의 단골 지적사항이 됐다.
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장인 문금주 의원(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은 최근 성명서를 내고 “반도체 호황은 여러차례 FTA 과정에서 농축수산물 시장개방 부담을 감내해온 농어민들의 희생이 축적된 결과”라며 “최대 실적을 거둔 기업들이 상생기금에 적극 참여하고 규모를 확대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 책무”라고 했다.
반도체 호황을 계기로 농어촌 환원 구조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는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 경제가 반도체 등 수출 관세를 낮추며 성장하는 과정에서 상대국으로부터 곡물 수입 개방 압박을 받아온 곳이 농어촌”이라며 “그동안 기업들은 수출 효과가 미미하다는 등의 이유로 출연에 소극적이었지만, 지금은 케이(K)자형 양극화로 어려움을 겪는 소외계층과의 성과 분배 차원에서 상생기금의 명분이 훨씬 강력해졌다”고 진단했다.
지방선거 이후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등 추가 개방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보다 근본적인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도 의견이 모인다. 서진교 GSnJ 인스티튜트 원장은 “법인세를 일부 조정하거나 정부가 거둬들이는 법인세 중 일정 비율을 기금으로 지정해 농어촌 활성화에 활용하는 등 합리적인 방식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5월28일 전북 순창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농업이 감내해온 피해를 고려하면 이득을 본 분야가 어느 정도 함께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은 정당한 일”이라며 “(지난해 국회에서 기금 일몰 기한이 10년) 연장된 상황에서 농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정부도 논의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김소진 기자 sjkim@nongmin.com
[출처] 농민신문(https://www.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