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짓는 척이라도 해야 하나”…농지 전수조사 후폭풍
2026. 06. 26

# 은퇴를 준비하는 고령농 김모씨(73)는 경남 의령군 궁류면에 있는 1157㎡(350평) 규모의 농지 때문에 고민이다. 경사가 가파르고 농기계도 못 들어가 휴경 상태로 방치하길 수년째. 최근 시작된 농지 전수조사로 불법 휴경이 발각되면 매해 토지가액의 25%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공시지가는 물론 취득가보다 낮은 가격에도 안 팔리는 땅을 의령군에 무상으로 가져가라고 국민신문고에 민원도 넣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이 없어 김씨는 발만 구르고 있다.
농지 전수조사가 비자경농지를 찾아내 조치하는 취지로 비치면서 곳곳에서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 불거진다.
이번 조사를 계기로 농지에 대한 불편한 진실이 드러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경자유전 원칙에 따라 제한적 사유를 제외하곤 농지 임대차가 금지되지만 실제론 농가의 절반 가까이가 임차농이라는 현실(2025년 약 44%)이 대표적이다. 고령의 은퇴농이나 비농민인 피상속 자녀가 농지 상당 부분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으로 농촌의 고령화 추세를 고려하면 이런 현실은 더욱 심화할 공산이 크다.
이렇듯 조사 결과는 예측 가능하지만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는 미지수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이 경자유전 원칙의 실현을 강조하며 조사가 시작된 만큼 무단 휴경과 음성적 임대차에 대해 조치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현장엔 지배적이다. 농정당국이 투기지역을 구분해 조치하겠다고만 할 뿐 농지제도에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불명확하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불의의 피해자도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앞선 사례의 김씨는 “팔리지도, 국가가 가져가지도 않는 땅에서 농사짓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냐”고 하소연했다.
충남 아산의 한 고령지주는 구두계약을 통해 이웃에게 농지를 임대하고 임대료 명목으로 매해 쌀을 받아왔는데 조사가 시작되면서 직접 농사를 지어야 할지 고민 중이다. 이 경우 종전 임차농은 쫓겨나고 지주는 형식적인 농사를 짓게 될 공산이 크다. 한 전문가는 “표면적으로 경자유전을 실현하는 게 우리농업의 미래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짚었다.
현장은 물론 전문가들도 조사와 함께 농지제도 개선을 위한 공론장을 만들어줄 것을 주문한다. 제도개선 방향이 정해져야 정부가 조사 결과에 어떻게 대응할지 예측 가능해져서다. 더욱이 경자유전이 형해화해 비농민의 농지 소유가 절반에 달하는 현실을 어떻게 해결할지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한데, 문제를 무작정 조사 뒤로 미루다가는 개선 적기를 놓칠 수 있다.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장은 “농지 소유를 더이상 규제하지 말고 농업에 이용하도록 규제하는 방식으로 농지 대원칙의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농민이 농지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넘어 농가가 적정 소득을 창출할 수 있도록 농지이용의 효율화·집적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같은 고민 없이 정책 결정을 미루다가 조사 이후 자칫 경자유전을 강화하거나, 현재 소농의 산발적인 임차권을 인정하는 수준에서 정책을 결정하면 농업의 미래는 퇴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도 ‘경자유전 원칙 개선 및 농지법 개정 요청에 관한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경자유전은 1948년 소작제도 철폐를 위한 시대적 산물로 현재는 국민 재산권을 침해하고 농촌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가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자유전 대신 농지를 농업에 이용하도록 규제하는 ‘농지농용’ 원칙을 도입하고, 농지 임대차를 전면적으로 허용할 것 등을 주문했다.
청원은 한달 내(7월3일까지) 5만명의 동의를 얻어야 국회 상임위원회로 회부되는데 24일 현재 약 1만4000명이 동의한 상태다.
양석훈 기자 shakun@nongmin.com
[출처] 농민신문(https://www.nongmin.com)